떨쳐지지 않은 향수(鄕愁)

정태종 1 911 2023.10.10 20:03

                    

                      떨쳐지지 않은 향수(鄕愁)

 

                                                           용강공파    정 태 종

 

누구나고향에 대한 향수는 진하기도 하고, 그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소년기를 농촌이나 어촌마을에서 성장한 경우에는 그 농도가 짙을 것 같다. 나 또한 지리산자락이 고향인지라, 나이가 들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히 파고든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잠은 쉬이 오지 않고 몸을 뒤척이며 온 뇌리를 고향 생각이 맴돈다. 향수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세계에서 최빈곤국에 가까운 국민소득 80달러 시대이고, 온 국민이 가난에 찌들려 헐벗고 굶주림이 일상인 시대였다. 그런데 왜 이토록 뇌리를 점령하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한숨을, 또 가끔은 미소를 자아내게 하면서···.

 

세월의흐름 속에 새마을 운동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듯하더니, 근대화, 고속경제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내 고향 산청 이곳 저곳도 많은 변화를 격게 되었다. 소를 먹이며 소풀을 베던 앞산은 지방도로로 변해버렸고, 소를 먹이며 물고기를 잡던 추억어린 강과 강변은 제방이 쌓여져 어릴 때 추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인공구조물()로 피복된 강과 강변으로 변해버렸다. 그뿐 아니다. 울퉁불퉁했던 마을 굴곡 길이 아스팔트 포장도가 되었고, 보리 이삭을 줍던 아랫마을 논에는 카페가 들어서서 마을 사람들도 커피뿐 아니라 와인과 맥주를 한잔하며, 여유로움을 즐긴다고 한다. 옛날 보릿고개의 흔적은 커피와 와인과 맥주로 지워져 있었다.

 

청년기부터 도시(부산)생활을 하면서 가끔 찾아보는 고향이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변회되었다. 매번 고향을 찾을 때마다 마음속에 바라는 것은 고향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때의 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이기적인 소망일 뿐이며, 있을 수도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되는 몽상이다. 소싯적 같이 뛰놀던 성현이, 창석이는 생업 찾아 외지로 나가 정착하고 경조, 순덕이는 딴 지역으로 시집가 버렸고, 그 자리에는 외지에서 이사 와서 정착하고 또 다른 사람이 시집오고···.

마을 모든 집이 아재 아지매 집이었는데, 이젠 낮선 사람들의 집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산하만 변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도 교체되었고, 정과 인심까지 변하여 고향의 속과 겉이 모두 변한 것이다.

 

외지에살다 보니 군, 면단위 고향지역 출신 향우회가 있다. 여기에 가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대화도 옛날 추억어린 대화가 오고 간다. 동네 윗집에서 아랫마을 끝 집까지 가가호호에 담긴 추억을 끄집어 내어 안주로 하여 술잔이 오간다. 추억이라야 폭우 속에서 소먹이던 이야기, 미꾸라지 잡던 이야기, 밀 서리하던 이야기, 옆집 오이 몰래 훔쳐 먹던 이야기, 강에서 헤엄치다 죽을 뻔했던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다. 모두들 향수에 대한 기억력은 대단하여, 수십 년 전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연결해 간다. 인간은 모두 향수에 대한 기억력에는 특별한 기억 주머니가 있는가 보다. 산란기가 되면 수천 리 바닷길을 헤엄치고, 또 강을 거슬러 올라와 반드시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연어의 불가사이한 기억력처럼···.

 

고향의급격한 산하의 변화는 또 다른 문화의 변수를 수반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마을사람 모두가 형제자매인 마을 공동체문화는 이젠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개인주의와 반목과 갈등이 팽배한 마을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나의 애틋한 고향 생각은 그 때의 고향모습과 공동체문화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세월은 한없이 흘러, 고향을 떠나온 지 오십년이 가까워진다. 강산이 변해도 다섯 번은 변한 세월인데, 고향땅에만 산하의 변화가 없고, 그곳에 문화적 변화가 없기를 어찌 바라겠는가?

하지만, 작은 소망이 있다면, 비록 고향이 내 가슴속에 품고 있는 고향답지는 않지만, 영원한 나의 집터는 고향마을 뒷산이기를 소망해 본다, 그렇게 되어 연어의 본성을 닮아 가고 싶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출신,

재부시천면향우회 1517회장

재부산청군향우회 부장, 부회장

재부산청군청년회 910회장

Comments

정태종 2023.10.10 20:04
"시와 수필" 등단 게재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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