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 서면에 있는 영광도서를 찾아, 평소 좋아하던 최남선의 시집을 만났다. 신체시로 유명한 "해에게서 소년에게" 전문(1편에서 6편)을 처음 읽었기에..
전문을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게시하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全文)
최 남 선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뼘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느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콱.
1908년 11월, 한국 최초의 잡지〈소년〉지 창간호에 『최남선』이 발표한 ‘신체시’이다.
‘신체시’는 시문학 운동 초창기에 과거의 창가와 현대의 자유시 사이에 나타난 중간 단계의 새로운 詩 형식으로 ‘신시’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