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정역(鄭易) 정도공

* 좌찬성 대제학 증 영의정 시 정도(左贊成 大提學 贈 領議政 諡 貞度) 정공(鄭公) 행장
공의 성은 정(鄭)이요 이름은 역(易)이요 자는 순지(順之)니 대녕(大寧:해주의 별명)사람이다. 아버지 윤규(允珪)는 판예의사(判禮儀事) 벼슬을 지내고 의정부 찬성사(贊成事)에 추증되었고 할아버지 언(琂)은 사복시(司僕寺)의 소윤(小尹)을 지내고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고려 말기에 태종(李芳遠)임금과 함께 우왕(禑王) 계해(癸亥 1383)년에 실시한 문과에 올랐었다.
태종이 일찍이 둘째 아들 효령대군(孝寧大君)을 부탁하고 사돈이 됨으로써 한 집안의 의를 맺고 개국원종공신(開國原從功臣)에 올릴 것을 명하니 그 사랑하고 돌봄이 이와 같았다. 힘써 효도와 공경을 행하고 화평과 겸손으로 스스로 지키며 안에 들어와서나 밖에 나가서나 다만 맡은 일에 충실했다.
안동의 대성(大姓)인 선수선무장군(宣授宣武將軍) 제군부만호(諸軍部萬戶)겸 판종부시사(判宗簿寺事) 권사종(權嗣宗)의 따님에게 장가들었다. 두 아들과 세 딸을 낳았는데 맏딸은 효령대군에게 시집가 예성부부인(蘂城府夫人)이 되고 둘째딸은 부사(府使) 이계장(李繼長)에게로 시집갔으며, 맏아들 충경(忠敬)은 참판(參判) 벼슬을 지내고 둘째아들 충석(忠碩)은 동지(同知) 벼슬을 지냈으며 셋째딸은 안천군(安川君) 권준(權蹲)에게로 시집갔다.

친손과 외손들이 높은 벼슬에 두루 오르게 되어 옥띠를 띤 사람이 셋이요 금띠를 띤 사람이 아홉이나 되었으니 집안의 융성함이 절정에 이르렀었다. 벼슬이 의정부찬성(議政府贊成)·집현전대제학(集賢殿大提學)에 판중군도총제부사(判中軍都摠制府事)를 겸했었다.
세상을 마치자 의정부 영의정에 추증되고 시호를 정도(貞度)라 했다. 무덤은 과천(果川) 백석동(白石洞) 남향(亥坐)터 언덕에 있다. 항상 문필(文筆)로서 자임(自任)하며 호를 백정(栢亭)이라 불렀다.
평생을 통해 지은 문집과 행장은 모두 임진년 왜병의 난에 불타 없어졌으므로 삼가 나라에서 내린 제문(祭文)을 아래에 함께 붙여 둔다.

* 세종임금께서 정도공에게 내린 제문
내 말하노니 사람의 수명은 원래 하늘에 매었으니 피하기 어렵거니와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절차는 곧 내게 있으니 성대하게 하리라.
하물며 그대 어진 신하에 대한 일이니 마땅히 빛나는 절차를 밟도록 하리라.
오! 그대여 덕과 성품은 두텁고 무거우며, 사람됨과 기상은 침착하고 웅대했네. 일찍이 알뜰히 성인의 글에 뜻을 두고 항상 효도와 공경을 힘써 행했네.
재주는 나라 다스리고 백성 건지는데 뛰어나고, 지식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에 통달했었네.
검소하여 겉치레가 없고, 화평하고 겸손하여 몸을 지킴이 있었네.
간원(諫院)에 발탁되어 있을 때는 곧은 기풍을 남겼다는 칭찬을 들었었고 여러번 헌부의 벼슬을 맡았을 때는 진실되다는 이름을 누렸었네.
조정에서는 높은 벼슬을 지내고 사림(士林)에서는 이름을 크게 떨쳤네.
태종임금과 지기(知己)의 친구가 되어 마침내 원종공신(原從功臣)에 오르고, 착한 딸을 낳아 우리 집과 혼인을 맺으니 임금의 사랑과 돌보심이 다른 사람에 비할 바 아니었네.
대사헌으로 있을 때는 그대로 인해 기강이 바로잡혔고, 한성 부윤으로 있을 때는 중요한 일처리가 깨끗하게 이루어졌으며, 두 도(道)의 장관이 되었을 때는 은혜와 위엄이 함께 행해지고, 여러 조(曹)의 판서가 되었을 때는 크고 작은 일이 막힘이 없었네.
조정의 큰일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데는 찬성(贊成)의 공이 자못 컸고,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는 거침없이 혼자서 대답하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네.
참으로 나라의 기둥과 주춧돌이었고 벼슬아치들의 본보기와 법이 되었도다.
비록 내 옛사람에게 일을 맡기려 해도 그대 곧 오래 병에 얽매어 있더니 문득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 슬픔을 어이 이길 수 있으리오. 이에 책임 맡은 소임을 보내 몇 가지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게 하노라.
어진 신하 그대가 이미 가버렸으니 충성되고 옳은 말을 들을 길 없음을 슬퍼하노라.
착한 말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으니 어찌 혼령인들 모를 리 있으리오. 이에 사람을 보내 뜻을 알리노니 내 마음 알아주구려.
홍희 원년(洪熙 元年) (세종7년) 2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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