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공파 정기상 종은 2016.12.3. '들국화 꽃길'외 4편의 시 작품으로 푸른문학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등단 시를 소개한다.
들국화 꽃길
정기상
가을 햇살 두텁게 내려앉은 산기슭에
환하게 웃음 짓는 들국화 송이송이
향기 내뿜어 온 동네에 초대장을 낸다
땅벌과 토종벌, 꿀벌, 말벌들
앞다퉈 달려오고
흰나비, 노랑나비, 그리고 호랑나비 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종종걸음 달려온 개미, 풀무치, 베짱이도
숨을 고르는 언덕배기 꽃길
교향악 선율이 산허리를 타고
현란한 群舞 산등성이 수놓을 때쯤
오르내리는 山行의 길손들
너럭바위에 마음 편히 쉬노라면
은밀히 하고픈 말이 있는 듯
밝은 웃음으로 온몸을 내주는 들국화.
山行
아카시아 꽃 향기 풍기는
호젓한 산길
야호, 야호
숲 속 가족들 단잠 깨우며
잰걸음으로 다봉산 봉우리를 향한다
마중 나온 다람쥐 녀석은
나무 위에서 안녕하고
단잠 깬 토순이도
눈 크게 뜨곤 앞장서 가는데
숨가쁜 이마엔 구슬땀이 송송
골짜기 굽이마다 꿈이 열리고
물길 따라 創意가 샘솟고
산새들 노랫소리에 지혜가 크는
신기하고 정겨운 風情
바람아, 나뭇잎이 살랑이듯
푸른 젖샘이 가슴에서 솟듯
오월의 山行이 내게
좋은 시 구절 하나 남기라 하네.
향기로운 삶
산다는 게 온통 즐거움인데
세상엔 즐거움이 좀 많으랴마는
산다는 게 온통 기쁨인데
세상엔 기쁨이 좀 많으랴마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새로운 시작이듯 늘 기운차게
만나는 사람마다 기쁨 나누는
오늘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세상은 易地思之로 살아야
그래야 비록 종교가 없더라도
서로 눈빛 주고받는 사람들
향기로워 그저 믿음직스럽느니
해와 달이
똑같은 모양새로 뜨고 지듯
땅속의 韻도 밝아지고
사랑하는 이가 늘 새로워 보인다.
미리내 고향
골목길에 새싹이 띄엄띄엄
인도 블록 뚫고 고개 내미는 까닭은
미리내가 보고 싶어서일까
아파트 사이로 흐르는 시냇가
모두들 나와 기도하는 붕어가족도
미리내를 헤엄치고 싶어서려니
놀이동산 놀러 간 무지개가
두 팔 벌려 둥근 원을 그리고
환하게 꽃 피고, 시원케 새가 우는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가고 싶은 그곳
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나를 품안으로 유혹하는
참으로 신선한 미리내 고향.
통일 징검다리
흙담 위에 핀 채송화를 마주하니
징검다리 건너 놀러 간
귀염둥이 동생이 그립습니다
앞마당에 웃음 짓는 과꽃 앞에서는
징검다리 건너 개성공단에 일하러 간
예쁜 누나가 그리워집니다
장독대에 숨어 핀 분꽃은
징검다리 건너 백두산 구경 떠난
천사 같은 어머니 얼굴
접시꽃은 우리 집 대문 지킴이
통일연구소로 출근하신
너털웃음보 아버지의 눈빛
다가오는 할머니 팔순 잔치에
평양으로 건너 갈 통일 징검다리
할아버지 할머니, 진정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