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개떡
용강공파 정 태 종
국민학교 여름방학 때 찾아가는
산청신등 단계 외할머니는 보리개떡을 해주었다.
겉보리 두어 되 절구방아 짓찧어
사카린 물 반죽에 양대콩 드문드문 넣어
질이 잘 난 가마솥 덩글에 얹어 쪄 낸
보리개떡, 짧고 긴 기다림이다
배고픈 설움만큼 김이 오르고
모정의 눈물 같은 뜨거운 김 흘러내리면
허기진 뱃속은 꼬르륵 소리로 청하고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머시마야 쫌 비끼라!
열 한 살 동갑내기 진돌이 외삼촌
가당찮은 텃세에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쇠 젓가락 쿡 찔러 외손자 먼저 챙기려다
진돌이 눈에 발각돼 흙고물 분칠갑한 개떡
호호 불어 들고 진돌이 머릿통으로 간 고속꿀밤
추억과 눈물로 버무려진 보리개떡
혀끝으로 가슴으로 새록새록 새김질 한다
팍신하고 달작한 외할머니의 보리개떡
지금도 그 맛이 존득존득 그립다